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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칼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작성자 : 총장메시지 관리자 작성일 : 2023-12-04 13:15:08    조회수 :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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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31203010000231

 
 동네 길을 걷다 보면 좁은 도로에서 차량이 교행하면서 보행하기 어려운 교착 상황에 마주하는 때가 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는 구시가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어린이들이 많이 오가는 시간대에는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쩌다 속도를 높이며 지나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아찔한 위험을 느끼게 된다. 학교 주변에서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데도 불구하고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를 만나게 되면 순간 흘겨보게 되고 심하면 대놓고 뭐라 하고 싶어진다.

 이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가 마냥 평화롭게 생각하는 일상이 무척 공고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병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전 속도를 준수하며 운전하는 일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단 횡단을 하지 않는 일이나 교통신호를 지키는 일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쉽게 지킬 수 있는 약속과 배려가 사라졌을 때 무척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다.

 필자는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며 차량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고 보행자가 위험에 노출된 좁은 골목길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 온, 오랜 시간 당연시해 온 가치와 약속은 오간 데 없고 확립된 법과 제도마저 지키지 않을 태세다. 공존의 가치가 없어진 지는 오래고 특정 집단에 대한 거부감이 정치, 경제, 사회의 현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져 적대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사회 집단 간의 갈등이 파괴적이고 공멸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날 것 그대로 민낯을 드러낸 갈등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보다 갈등하는 당사자의 태도가 대단히 적대적이라는 사실이 우려된다. 사이버공간은 적대적 갈등이 드러나는 최일선이다. 막말 수준의 댓글이 다반사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사회 저명인사, 유력 정치인, 고위 공직자마저 앞장서서 근거 없는 억측과 험한 막말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입장만 되풀이하여 강변한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몰아내야 한다는 식의 증오를 양산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건강한 사회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갈등하고 적대하는 상황에 몰입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은 어떤 경우이든 일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누구라도 험한 말로 상대를 배척하고 공격하면서 증오의 벽을 높이 쌓으면 응당 상대로부터 되치기당하고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일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정한 이치다. 상대와 공존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상호작용의 기본이다. 사회적 위치와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도 타인을 더불어 살아가는 동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어느새 12월이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돌이켜보게 된다. 올해는 유난히 사회의 기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크고 복잡한 사회이다. 누구라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나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다른 누군가의 헌신 위에서 빛나는 것이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관용하며 신뢰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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